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3) - 물과 아이는 트는 대로 간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나는 남과 다르다", "나는 나", "나만의 개성" 등등의 말이 매스컴에서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광고 문구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은 태어난지 며칠이 안되었더라도 이러한 개성을 지닌다. 아기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적인 용어로는 기질(temperament)라고 한다.

첫째는 항상 즐겁고 조용한 아기다. 쉽게 잠이 들며, 밤에는 깊게 잔다. 깨어나도 칭얼거리지 않고 혼자 장난감을 만지며 논다. 만나는 사람을 보면 방실방실 미소 짓고, 낯선 음식을 줘도 잘 먹는다.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비교적 엄마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대소변을 본다. 낯선 물건에 호기심도 많지만 조심스러워서 사고를 치는 일도 없다.

둘째 아이는 조금씩 먹어서 엄마의 애를 태운다. 먹는 도중에 전화라도 올라치면 우유 먹는 것은 중단된다. 잠을 들려면 심하게 보채고 울어대서 힘이 든다. 낮에 자고 밤에는 깨어서 놀면서 신경질을 부린다. 이유식으로 바꾸어 먹이는데도 힘이 든다. 낯선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고 징징대면서 엄마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시어머니에게 맡기면 곧 힘들다고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는다.

셋째는 첫째와 둘째의 중간 정도라고 한다. 약간 까다롭기는 하지만 둘째보다는 수월하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 싫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모가 억지로 새 장난감을 쥐어주면 질겁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고 잘 가지고 놀게 된다.

한 뱃속에서 나왔지만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세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똑 같은 방식으로 키울 수 있을까? 과연 부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Chess, Thomas와 Birch라는 학자들은 미국 New York에서 시행한 그들의 연구를 통하여 9가지 특성을 제시하였다. 아이들의 (1)어떻게, 얼마나 많이 움직이는가 여부에 따른 활동 수준, (2) 먹고 자는 것이나 배뇨하는 것의 규칙성, (3)새로운 음식, 장난감이나 사람에게 접근하는가 회피하는가 여부, (4)바뀐 환경에 대한 적응성, (5) 얼마나 힘차게 반응하는가와 같은 반응의 강도, (6) 반응을 일으키기에 필요한 자극의 강한 정도인 반응 민감도의 하한선, (7) 유쾌한, 즐거운, 다정한 혹은 반대로 불쾌하고 짜증 내는 것과 같은 기분의 질, (8) 별 관계가 없는 자극에 의해 쉽게 행동이 방해받는가 여부에 따른 주의산만도, 그리고 (9) 방해를 받아도 얼마나 오랜 동안 한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따른 주의집중 기간 및 지속성 등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아이들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런 특성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기질은 세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르기 쉬운 아이들이다. 규칙적으로 자고, 음식 먹는 습관을 쉽게 익히고,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 40%의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행복한 감정을 가지고 생물학적 리듬이 규칙적이다.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일단 편하고 키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환경이 좋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문제 행동이 생겨날 수 있다.

둘째,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이다. 전체 아이의 10%정도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민감하고, 불규칙적이며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강한 반응을 보인다. 까다로워서 부모가 힘이 든다. 맞벌이 부부는 저녁에 애 때문에 잠도 못자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를 먹이기 위해 전화코드도 뽑아놓아야 하고, 외식이나 가족모임에 나가는 것도 힘들다. 억지로 아이를 부모에게 맞출라 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활동이 많은 아이를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가두어 키운다면...산만한 아이에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억지로 시킨다면...결과는 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 천천히 발동이 걸리는 아이들이다. 순한 면도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의 15% 정도라고 한다. 가르치는 데 애로가 있게 된다. 성급한 부모가 새로운 것을 가르치거나 시키려면 속상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도 더욱 거부적이 된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런  세집단 중 하나에 꼭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질은 어떤 행동을 하는가, 얼마나 잘하는 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와는 관계가 없다. 어떻게 행동을 하는가를 설명해준다. 어른에 비유한다면 성격이나 인격과 같은 것이다. 이 기질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개 타고난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이렇게 다르게 태어난 아이들을 부모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일단 아이들이 행동하는 방식을 "아이가 문제가 있다", "머리가 안좋다", "성격이 나쁘다", 혹은 "엄마 아빠가 잘 못 키워서 그런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타고난 기질이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를 내거나 조급하고 일관성 없게 반응하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틀에 맞추지 말고 아이의 기질을 따르는 것이다. 불규칙한 아이는 융통성 있게 계획을 짜서 생활을 해준다. 반응이 느린 아이는 아이에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시간을 준다. 실제로 아이들의 특성에 맞추어 키우다 보면 까다로운 아이들도 좀더 부드러운 성질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도 곧잘 적응하게 된다. 이것을 부모와 자식사이에 "궁합"을 맞추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부부간에서도 배우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서로 맞추어 나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좋은 궁합, 그리고 가정의 행복이 생긴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붕어 빵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은 부모 자신의 자녀에 대한 바램과 욕심으로 자녀를 부모가 원하는 틀에 맞추어 키우려고 한다. 붕어 빵 기계에서 붕어 빵을 찍어내듯 말이다. 아이들은 붕어, 피라미, 상어, 고래....자신만의 고유한 모양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른의 틀이 아닌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맞추어가는 것, 즉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할 일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는 더욱 그렇다.

흐르는 강물을 억지로 반대 방향으로 바꾸려면 힘이 많이든다. 돈과 노력도 많이 필요할 뿐 아니라 홍수도 생길 수 있고 환경이 파괴되고....물의 흐름을 거슬르지 않는 상태에서 살짝만 방향을 돌려줄 일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물과 아이는 트는 대로 간다"를 명심하자. (☞ 까다로운 아이들)

- 99년 4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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