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7) - 알 두고 온 새의 마음 같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몇 개월 전 일이다. 유치원 다니는 만 4살 반된 남자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유치원가는 것을 아이가 너무 싫어하고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며 토하곤 했단다. 유치원에서는 어머니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집으로 데리고 오면 언제 그랬는가 싶게 잘 놀았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봄 학기가 시작된지 며칠되지 않아서 아이가 교구를 쌓아놓은 상자를 무너뜨려서 놀란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이런 문제가 시작되었다. 이런 것이 반복되다보니 유치원도 못 보내고 걱정이 되어 소아과에 들렸는데 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해서 집에서 데리고 있던 중에, 어느날 TV 프로그램을 보니 정신과 의사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아들과 비슷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정신과를 방문한 것이다.

어머니 말을 들어보니 작년에도 유치원을 보내려고 했는데 유치원에서 엄마와 떨어지려면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유치원 교사들은 처음에만 그러니 어머니가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권유했지만, 아이가 너무 애처롭게 울어대서 며칠 보내다가 그만 두었다고 한다. 집에서 나름대로 책도 읽어주고 비디오도 보여주면서 가르칠 것은 가르쳤다. 엄마와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것을 빼놓고는 집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이 잘 지냈다.

어머니와의 면담, 아이의 행동관찰, 심리검사 등을 시행했는데, 아이는 또래에 비해서 머리도 좋고 여러 방면으로 잘 성장한 아이였는데,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이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평가과정에서 어머니의 유별난 행동이 관찰되었다. 아이를 잘 구슬려서 떼어놓고 면담이나 검사를 할라치면 어머니가 면담실을 들락날락 하는 것이다. 물도 떠오고, 먹을 것도 들고 오고... 손수건을 가져다 주고... 화장실 갈 때 되었다고 들어오고...

아이는 분리불안 장애(혹은 이별불안장애)라는 진단이 붙여졌다. 대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무렵에 진료실에서 이런 아이들을 보게 된다. 과거에는 학교공포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에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이보다는 어머니가 불안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사례였다. 그래서 주된 치료는 아이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이루어졌다. 아이의 발달과 상황에 대한 설명, 부모의 태도 등 등에 대한 교육.... 어머니의 개인적인 심리문제는 물론 처음부터 다루어질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런 어머니들을 보면 생각나는 속담이 있다. "알 두고 온 새의 마음과 같다"..... 둥지에서 품고 있던 알을 놔둔 채 먹이를 찾아 잠시 둥지를 비우는 어미 새의 마음. 그 사이에 깨질까... 바람에 날려갈까... 누가 가져가지는 않을까...

필자의 경험을 말해보기로 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처음 보낸 며칠간은 혹시 다치지는 않을까, 대소변 실수는 하지 않을까...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그것부터 물어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가지. 처음으로 유치원 캠핑을 1박 2일 보내놓고 걱정을 사서했던 기억이다. 캠핑 보내기 전 적어서 내는 부모 연락처란에 관련된 모든 전화번호(집, 직장, 할아버지 전화까지...)를 적어놓았던 일.... 그리고 당시에는 아이가 집 밖에서는 큰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마려우면 어떻게 하나... 염려했던 기억이다. 물론 전혀 걱정할 만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치원을 보낼 정도의 아이들은 결코 "알"이 아니다. 이미 부화해서 최소한의 날개 짓이 가능한 "아기 새"인 것이다. "아기 새"를 "알" 취급한다면 ... 앞에 사례처럼 아이에게 불안을 심어주고 독립적인 날개 짓을 못하게 막는 것이 된다. 우리 자녀들에게 나이 대접(?)을 해주는 것.... 이 것이 "알 두고 온 새의 마음과 같다"는 속담이 주는 반대적인 교훈이다.

- 99년 6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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