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는 아이들 : 가출 (runaway)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필자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들 중 인상 깊게 남아있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글은 자신의 내면을 치열하게 탐색하는 구도자로서의 길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 사회 안에서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청소년기의 자아주체성(혹은 자아정체감) 확립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의 청소년기는 권위적 구속에 대한 반항으로 점철되어 있다. 14세에 입학해서 다니던 신학교 기숙사에서의 탈출(일종의 가출이다), 자살기도, 퇴학, 그리고 옮겨서 다닌 새로운 학교에서의 퇴학.... 이런 혼돈과 방황을 거쳐 19세에 서점의 점원이 되어서야 독서라는 세계에 빠져들면서 그의 문학성은 꽃을 피우게 된다.

예수도 가출했다고 혹자는 말한다. 그 가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2살되던 해에 부모와 함께 부활절을 지내려 에루살렘으로 갔는데, 부활절 기간이 지나 가족들이 집에 돌아올 때 예수는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성전에 남아 학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부모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하루만에 아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셉과 마리아가 찾아 헤매다가 사흘만에 성전에서 예수를 찾게 되었는데 "너를 찾느라 얼마나 애태우고 고생했는지 모른다"고 했을 때, "왜 나를 찾았느냐,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몰랐느냐"라고 대답했다. 요셉과 마리아는 그 뜻이 무엇인지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화를 내지 않고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그후 예수는 부모를 따라 나사렛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순종하며 살았다. 하느님과 사람의 총애를 더욱 많이 받게 되었다 (누가복음 2장 41절부터 53절). 물론 이 사건을 가출로 보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일정기간 가정을 무단이탈했다는 것은 일종의 가출임에 분명하다.

90년대 초반 필자가 읽은 소설 중에 고은의 [화엄경]이란 것이 있다. 혼자 세상을 돌아다니며 구도의 길을 찾는 어린 나그네 "선재"의 이야기다. 사실 이 것도 일종의 가출일 수 있다. 불교에서 "출가"라는 용어가 있다. 그 출가는 가출과 어떻게 다를까?

몇 년 전 가출 때문에 부모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한 고교생과의 상담에서 들은 말이다. "요즘에는 가출은 필수에요.. 필수! "

데미안의 주인공 헤르만 헤세도 가출했고, 예수도 가출했으며, 구도의 길을 걷는 선재도 가출했으므로... 그리고 많은 아이들에게 가출은 필수이므로.... 이 가출을 우리는 과연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 청소년 가출, 왜 문제인가?

매년 많은 수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집을 떠나 거리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매년 100만 명의 가출청소년과 집없는 청소년이 발생하는 것을 집계되고 있다(1990). 이는 18세가 되기 전에 8명에 1명꼴로 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가정에서의 학대, 폭력 그리고 갈등을 피해서 좀더 안전하고 애정이 깃들어 있는 좋은 세계를 찾아 집을 나서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다음날 굶주리고 불안한 채로 귀가하고, 또 얼마는 약물, 범죄와 윤락의 길로 접어들며, 일부는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조사결과들을 보면 청소년들 중 가출 또는 장기결석자가 10만여 명에 달한다(청소년개발원, 1992). 하지만 이런 통계에 포함될 수 없거나 포함되지 않은 사례를 고려한다면 실제로 집을 떠나 길거리에서 떠도는 청소년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양적으로 가출아동의 수가 증가 또는 감소한다는 자체보다는 가출의 질적인 문제이다. 즉, 자유나 독립의 추구나 생계 유지를 위한 적극적 생활참여 등 긍정적 의미의 가출은 줄어들고, 그 대신에 비행, 약물중독 및 탈선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의미의 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가출은 여전히 심각한 우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가출의 추세가 초등학생까지로 저 연령화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만성화"가 되어가는 것이 문제이다.

# 가출의 몇 가지 유형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없이 집을 떠나서 24시간 이상 집에 들어오지 않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가출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청소년 가출과 관련되어 시대 별로 접근 방법이 변화되었는데, 70년 대에는 가출 당사자의 개인적 문제에, 80년 대에는 개인보다는 가정과 사회환경을 고려하기 시작하였고, 90년 대에 이르러 이러한 모든 요인들을 동시에 감안한 다각적인 접근이 이루어졌다.

1. 동기에 따른 분류

  • 목적지향적 가출 -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가출
  • 도피형 가출 - 자신의 의사와 맞지 않는 가족 사회의 비판으로부터의 도피
  • 단순형 - 단순한 호기심과 놀이 등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2. 인원중심에 따른 분류 : 개인 가출, 집단 가출, 연쇄 가출, 재 가출

3. 원인에 따른 분류

  • 시위성 가출 - 가족들의 관심 획득을 위한 온건하고 제한적인 성격
  • 현실탈피형 (도피성) 가출 - 긴장유발적인 전면적, 적극적인 성격
  • 추방형 (추출성) 가출 - 가정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쫓겨나는 형식
  • 동정형 가출

4. 준비성에 따른 분류

  • 충동성 가출 - 계획이나 의사 없이 충동적인 경우
  • 계획적 가출 - 시간적 여유와 준비기간을 가짐

5. 가출횟수에 따른 분류: 일과성, 만성

# 어떤 생각에서 집을 나가는가?

스스로 집을 떠나는 청소년의 경우 나름 대로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인 경우가 많다. 가출 청소년의 50%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부모와 대화가 안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가족 규칙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며 불평을 한다.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 획일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
  • 구속과 억압에서 해방되고 싶다.
  • 공부라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
  • 여행이나 자기발전을 해보고 싶다.
  • 집안의 규율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대화나 협상할 여지가 없다.
  • 부모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행동에 대한 좌절감을 느낀다.
  • 자신이 현재 있는 가족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만 떠나면 우리 집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모가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 이런 좋지 않은 분위기에 사는 것 보다는 가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자신을 위해 훨씬 나을 것이다.
  • 다른 가족의 분위기는 다를 것이다.

# 요인별로 본 가출 원인

1. 개인적 요인

  • 정신적 요인 - 개인의 내적인 문제, 우울적 성향, 병리적 성향, 신경질적 기질 등이 가출에 영향을 준다.
  • 행동적 요인 - 약물남용, 비행, 부적절한 성적 표현, 공격성, 적절한 통제의 어려움, 피해의식, 자살시도와 연관되어 있다.
  • 건강함 - 가출을 청소년기에 있어서 극히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는 관점, 즉 독립과 자율성 획득을 위한 발달기능의 하나로 본다.
  • 생활사건 요인 -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활사건에 대한 대처능력의 결함이 가출을 유발한다.

2. 가족적 요인

  • 구조적 요인 - 가족 기능의 결손
  • 심리적 요인 - 즉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참여로 인한 자녀양육에 대한 다른 기관의 의뢰로 인해 가족 내의 교육적, 심리적 기능의 약화
  • 학대 요인 -가정 안에서 신체적 성적 학대가 있다.
  • 기타 가정 요인 - 빈곤가정, 교육수준이 낮을 경우, 부모의 수입이 낮은 경우

3. 또래 요인 : 가족 내의 구조적 기능적 결함 혹은 부가된 사회 표준에 대한 반발이 가출에 대한 방출 요인인 반면 또래집단은 이를 수용하는 요인의 성격(예 - 줄줄이 가출, 집단가출)

4. 학교 요인 :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압박감과 열등의식을 조장하고 있다.

5. 지역사회, 환경 요인 :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사회 구성원의 결속과 도덕심이 약화되어 있다.

# 가출에 대해 부모/교사가 할 수 있는 일

고교 교사인 필자의 친구집에서 동창 모임을 하던 날 밤이었다. 12시가 넘어서 전화벨이 울렸다. 1년 전 담임을 했던 여학생의 부모가 아직 애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화를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대부분은 몰상식하게 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1년전 담임에게 전화를 하느냐... 라고 했지만 일부는 "그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가출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죄책감, 실망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수치심.... 그래서 온 거리를 찾아 헤매고,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친구와 교사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 자녀의 생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지 못했음을 깨닫자. 대화의 부족, 이해의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가출 사건이 아이를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라는 자세로 일단 침착성을 가진다. 지나친 죄책감을 해롭다.
  •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품안의 아이가 아닌 한 인격체로 대할 수 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 집을 나가겠다고 통보하는 경우에는 "그래 나가라... 짐 챙겨줄테니까... 네가 나가면 시원하겠다" 보다는 "서로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관계가 완전히 어긋난 것은 아니니까... 같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태도를 가진다. 잠시 친구나 친척과 지내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 가출한 경우에는 먼저 자녀의 안전을 위해 소재를 파악한다. 자녀가 있을 만한 곳을 알아보는 노력이 중요하다. 꼭 경찰이 발견할 수 있도록 가출신고를 한다.
  • 연락이 닿는다면 중립적인 장소에서 만난다. 이성을 잃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와 기회가 필요하다.
  • 현재는 힘들지만, 부모는 자녀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으며,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전달한다.
  •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부모가 준비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는 환영한다. 가출했던 것 보다는 "돌아 온 것"에 대한 부모의 기쁨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
  • 가출 문제가 생긴 경우 감추지 말고 교사, 친구, 친척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터놓고 상의한다.
  • 문제 해결을 위해 청소년 문제 전문가와 상담을 한다.

# 가출의 예방

  • 평소에 자녀에게 관심을 보여준다. 자녀가 말하면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TV시청을 하면서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태도를 아이들은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 존중해주어라. 청소년의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욕구를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 이해하라. 자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공감해주어라. 부모 자신의 청소년기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
  • 설교하지 말아라.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을 해주고 강의식으로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 것이 좋다.
  • 느낌이나 감정에 대해 말해보자.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격려하고 강렬한 감정 상태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를 평소에 가르치자.
  • 책임감을 심어준다. 명령을 내리지 말고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도록 가르친다.
  • 칭찬하자. 보다 구체적으로 자녀의 긍정적 행동에 대한 당신의 기쁨을 전달해주어야 한다.
  • 자녀를 들볶지 말자. 너무 많은 명령과 질문은 자녀의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자발적인 표현을 격려해보자.
  • 항상 부모가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청소년 자신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의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심어준다.
  • 가족이 한 팀을 이루어서 평소에 집안일을 상의하고 해결책을 강구해 나간다. 자녀가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심어준다.
  • 사랑하라. 말하지 않아도 부모가 사랑한다는 것을 자녀가 알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아라. 자주 사랑을 표현해준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 사랑에는 변함이 없음을 평소에 확인 시켜주자.
  • 가출에 대해 미리 이야기한다. 가출한 친구의 이야기, 매스컴에서의 가출 보도가 있는 경우 자연스럽게 관계가 나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등에 대해 대화한다. 혹시 가출하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안전하다는 전화라도 해라....는 메시지도 잊지 말아라.

가출의 예방은 평소의 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청소년과의 대화기법)

# 청소년 가출을 막기 위한 대책들

  • 정책 및 제도적 측면 : 가출 청소년보호법의 제도화, 위기전화의 개설, 공공직업 소개소의 설치
  • 서비스 체계의 확립 : 청소년 쉼터의 활성화, 가출 청소년을 위한 거리활동 봉사자 활용, 사후지도
  • 개인적 측면 : 지지적인 상담의 제공, 대처기술의 훈련, 독립된 생활의 준비
  • 가족적 측면 : 가족 치료, 부모교육, 아동 학대의 예방
  • 교육적 측면 : 학교에서의 가출 발생의 사전예방과 사후 조치, 문제 청소년의 처우 개선
  • 사회적 측면 : 청소년 전용 이용 시설 확대, 지역사회 활용 방안

# 예수의 가출에 대한 글 (홍강의, 아래 참고 문헌에서 인용)

정신의학적 관점에서의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남아 성전에서 학자들과 대화한 일은 일종의 반항이고 가출일수 있다. 상징적으로 부모와 가정을 벗어나 진리를 추구하고 자아를 발견하려는 행동이며 자기 주장의 표현이다.

현대의 부모에게 주는 메시지는 요셉과 마리아의 부모로서의 태도이다. 혼자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었지만, 막상 예수의 행방을 몰랐을 때 애태우고, 찾았을 때는 화를 내거나 야단치고 잔소리하지 않은 것, 청소년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녀를 믿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현시대의 청소년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다. 자신의 독립을 주장하고 자아발견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부모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청소년으로서 부모의 사랑과 사회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인생이나 진리의 추구 뿐 아니라 부모, 동료,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충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가르침이다.

# 맺는 말

청소년의 가출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는 청소년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행동을 가능한 받아들여 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자료를 개인적인 학습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시려면 사전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e-mail: childpsy@drchoi.pe.kr)

참고문헌

  •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77가지 방법, 조슬린과 데커, 박미경 역, 개미
  • 가출청소년의 이해, 김향초, 학지사
  • 내일에 사는 아이, 어제에 사는 어른 - 권이종, 교육과학사
  • 새로쓰는 청소년 이야기·1 - (또 하나의 문화)
  • 청소년 문제론, 한국청소년개발원
  • 청소년의 심리 발달과 예수님의 청소년 시절, 홍강의, 사목 160, 1992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학술집담회 자료
  • Your Adolescent,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Harper Resource

- 처음 올린 날 8/31/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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