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약에 대한 환상

최영정신과 / 학습증진센터 최 영


필자는 소아청소년을 주로 진료하는 관계로 “머리(IQ) 좋아지는 약은 없나요?”, “기억력이 좋아지는 약이 있다던데 먹여도 되나요?”, “한의원이나 약국에서 머리 좋아지는 약을 선전하던데요?”라는 요지의 질문을 받습니다. 필자의 대답은 대개 “그런 약이 있으면, 저부터 먹어야겠습니다만...”으로 시작한답니다.

“머리 좋아지는 약”은 역사이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한번 보면 잊지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적은 노력을 들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이 이런 약을 추구하는 동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총명탕을 아십니까?

총명탕(聰明湯)... 말 그대로라면, 총명해지는 한약입니다. 진실 여부야 알 수 없지만 맹자(孟子)가 건망증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했다고 하더군요. 장기 복용하면 능히 하루에 천자를 암기한다고 합니다. 감탄할 만한 효과입니다.

다소 기상 천외한 다른 이름의 약도 있습니다. 머리가 맑아진다는 청뇌탕(淸腦湯), 공자가 기억력을 높이고 체력을 돋우기 위해 즐겨 먹었다는 공자대성침중방(孔子大聖枕中方), 주자(朱子)의 이름을 딴 주자독서환(朱子讀書丸),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들이 장원 급제를 꿈꾸며 먹던 보약이며 “하루 천 마디 말을 외우고 만 권의 책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장원환(壯元丸).... 수석환(首席丸), 수석액(首席液), 총명침(聰明針)은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약의 이름들을 살펴보자면, 그 약의 효과 자체보다는 약에 대한 기대와 희망사항이 작명(?)에 관여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몇백년 전, 아니 천년 전의 사람들이 처방하고 복용했던 약의 효과를 그대로 믿고.... 마시고 먹어대는 현대인들의 행위에도 여전히 그 “희망사항”이 깃들여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사항과 약효를 혼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의 기숙사에 방마다 이런 종류의 보약을 담은 보온병이 하나씩 놓여있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관련된 약을 광고하는 약국 또는 한의원 앞의 현수막이나 스티커를 본적도 있답니다. 건강보조 식품으로 **총명탕 이라는 이름으로 광고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한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 총명탕은 노인들의 건망증 치료제라고 합니다. 과연 총명탕이 건망증 치료제로서 또는 머리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노인 건망증 치료제를 성장과정에 있는 자녀에게 비싼 돈 들여 먹게 하는 현 세태에는 한심한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스마트 해지는 약”

스마트(smart)란 말을 듣고 20-30년 전 “장학퀴즈”라는 TV 프로그램의 스폰서였던 한 학생복 메이커를 떠올리는 분도 많겠지만, “영리한” 또는 “현명한”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입니다. 머리 좋아지는 약을 찾으려는 노력은 서양도 마찬가지라서, 이런 종류의 약을 “스마트 약(smart drug)”이라고 부릅니다.

머리를 좋게 한다고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은행잎 추출물,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 설탕이나 포도당으로 대표되는 당분, 그리고 커피, 콜라나 녹차에 들어있는 카페인 등이 입에 오르내려 왔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천억개 정도의 뇌세포가 있습니다. 그중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나 신경전달 물질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약으로 그런 부위나 신경전달을 강화시킴으로서 기억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베타 수용체 차단제(propranolol) 등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있으며, 근자에는 여성 호르몬(estrogen)을 보충해주어 알즈하이머 치매(소위 노인성 치매)의 발병위험을 낮추어주고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NMDA라는 수용체(receptor)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신경 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 유전자를 뇌에 직접 투입하는 동물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미국 FDA에서 승인한 기억력 강화 약물로는 Tacrine, Donepezil 등이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일반인의 머리를 좋게 하는 약이 아니라, 알즈하이머 치매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자타가 공인하는 머리 좋게 하는 약은 21세기에 접어든 현대의학에도 아직은 없습니다.

정말 머리가 좋아지는 약

하지만, 필자는 자녀의 머리를 좋게 하는 진짜 약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머리 좋아지는 묘약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성장하는 자녀에게 자주, 그리고 충분하게 부모의 사랑을 표현해 주십시오. 껴안아 주고, 같이 놀아주며, 떠들고 웃고, 함께 활동해주는 것은 어린 자녀의 뇌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 “칭찬”의 묘약도 있습니다. 당신이 자녀를 칭찬할 때, 아이들은 더욱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한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할지라도, 그간의 노력을 칭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새로운 일이나 과제를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과 동기를 얻게 됩니다.
  • 자녀와 “대화”를 많이 나누십시오. 태어나자마자 바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성장해감에 따라 당신이 보는 것, 당신이 듣는 것, 당신이 하는 것, 그리고 왜 그렇게 하는지 등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대화는 왕성한 두뇌 활동의 촉진제임을 기억하십시오.
  • 자녀가 “질문”을 하도록 격려하십시오. 모르거나 곤란한 것을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고요? 현 시점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해주면 됩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런 질문하는 버릇이 학습의 튼튼한 뿌리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 “학습도구”를 충분히 제공해 주십시오. 자녀의 나이에 따라 블록, 퍼즐, 모형, 지구본, 책 등을 적절하게 선택하십시오. 당신의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일상생활에서의 물건들, 즉 숟가락, 빨대, 우유팩, 종이상자 등도 훌륭한 학습 교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여기에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 “좋은 학습 습관”, “균형 있는 식사” 등이 덧붙여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골고루 배려하면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학습성취를 기대하는 “부모의 지혜”야 말로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하는 약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머리가 좋아지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다른 약을 알려주시면 저도 꼭 먹어 보겠습니다. (이 글의 전문은 현대자동차 파워텍클럽 2003년 여름호에 실렸던 바 있습니다. 이 자료를 개인적인 학습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시려면 사전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e-mail: childpsy@drchoi.pe.kr )

- 처음 쓴 날 2002/01/21, 다시 고쳐쓴 날 2003/05/27 -

HOME - 건강바로보기 - 상담실 - 진료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