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스트레스 다스리기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우리는 인생을 살아나가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르게 마련이다. 시험이란 학업성취의 정도를 평가하는 잣대이며 개인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시험을 통해 좌절과 실패의 쓴 경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좌절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학습이나 시험 자체를 회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료실에서 시험이라는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고통을 경험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게 평소 말해주고 싶었던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현실적 목표를 설정한다.

평소에 1,000m나 5,000m를 달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마라톤에 도전한다면 그 결과가 중도포기와 실패로 이어질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이다. 성적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진로와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주위사람들이 일류대학을 기대하니까, 또는 남들이 그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나도 그런 목표를 정해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의 지금까지의 학업성취정도와 자신의 "준비 상태"를 충분히 감안해서 자신에게 더도, 덜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설정되면 스스로가 행복해지고 보다 높은 동기와 자발성이 생기게 된다. 그 목표가 평소 적성에 맞고 흥미와 관심이 있던 분야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험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보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부모 또는 교사를 위해서 공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낮은 성적이 나오거나 대학입시 또는 입사시험에 실패하면, 부모나 주위 사람에게 실망을 줄 것임을 두려워한다. 시험 결과가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를 미리 걱정한다. 이런 마음자세에서는 불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므로, 시험도 "내가 나를 위해 치르는 것"이라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최종적인 성취 정도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땀 흘렸던 그간의 과정도 매우 중요함을 잊지 않는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가지면 당당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시험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싸움에서의 패배를 미리 걱정한다면, 그 전쟁에서 이기기는 애초부터 틀린 일이다. "나는 할 수 없어." 대신 "이번 시험이 힘들기는 하지만 해 낼 수 있어.", "이번에도 실패할거야." 대신 "이번에는 내가 충분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전과 같지는 않을거야.", "이렇게 공부해도 어차피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대신 "시험 볼 내용을 충실히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가져올 수 있어.", "난 한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어." 대신 "이번에는 전과 사정이 달라. 잘 할 수 있어."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내가 세워놓은 계획대로만 실행을 한다면, 이번엔 잘 할 수 있다.", "나는 똑똑하다. ", "나는 이번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만큼했다.", "내가 아는 것만 다 쓸 수 있다면 나는 합격할 수 있다." 등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시험에 대한 불안은 낮아도, 반대로 너무 높아도 해롭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성적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의 공통적인 결과는 불안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학업성취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이상으로 불안이 심해지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영어단어 U를 거꾸로 엎어놓은 것과 같은 그래프가 그려진다.

지나치게 낮은 불안은 학습동기를 유발하지 못해서 시험준비를 소홀하게 만들고 그 결과 학업성취가 떨어진다. 그 반대로 지나치게 높은 불안은 학업수행 능력을 떨어뜨려서 학업성취를 방해한다. 학습이나 시험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소위 "입시병"에 빠지기 쉽다. 두통, 피로, 현기증, 시력장애, 식욕부진, 기억력 장애, 불면증, 우울, 불안 등 정서장애, 학업포기, 등교거부, 가출, 비행, 약물남용, 자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불안은 학습이 적이 아니라, 시험 공부를 하라는 내부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심한 불안은 학업성취를 해치므로 적절하게 불안의 정도를 줄여주어야 한다.

자신의 학습방법과 습관을 점검한다.

학습하기 전에 학습과 연관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에 따라 학습방법과 학습습관은 달라져야 한다. 공부 전에 자신의 성취정도나 목표에 맞게 합리적으로 계획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하고, 안 할 때는 철저히 공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신체리듬에 맞는 생활 주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밤중에 학습효과가 높아지는 "올빼미"형에 해당될 수도 있고, 새벽에 효율성이 높아지는 "종달새"형일 수도 있다. 그중 학습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간대에 규칙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좋다. TV시청 또는 과도한 컴퓨터 사용을 자제하고 스포츠, 현장탐방, 예술활동, 여행, 등산, 봉사활동, 종교활동 등 여가시간을 적절하게 즐기도록 노력한다. 자신의 생활을 체계화하고 규칙성을 만들어주자.

놀 때는 확실하게 논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한 가지만 계속 먹으면 물리게 마련이듯, 사람은 항상 같은 활동만을 계속할 수는 없다. 토요일 오후는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적극적으로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일요일 오전에는 늦잠을 자서라도 일주일간의 피곤을 해소하도록 한다. 단, 오후에는 월요일을 위해 소량의 공부를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누구는 수능 점수가 몇 점인데, 누구는 일류대를 갔는데, 누구는 잘 나가는 직장에 합격했는데... 식의 생각은 스스로를 왜소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형제나 친구, 친척과 비교하는 것은 학습에 대한 동기와 자신감을 해친다. 일류 운동선수들이 자주 하는 말을 빌어본다면,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임을 명심하자.

남을 탓하지 않는다.

부모를 잘못 만나서,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학습하는 환경이 좋지 않아서, 일류 과외를 하지 않아서 자신의 성적이 낮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을 탓하는 자세는 스스로의 책임감을 해치고 학습 의욕을 떨어뜨릴 뿐이다. 학습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그 결과 역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내 몫"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한번의 시험실패를 마치 자신의 인생이 끝장난 것처럼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100m 달리기라면 스타트의 실패가 최종순위에 결정적이지만, 마라톤 경기에서는 초반의 순위가 골인하는 순위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굳이 인간만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어긋나거나 평생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학습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적절한 치료자나 치료 시설을 찾아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지능, 학습능력, 집중력, 정서상태, 동기와 자신감, 학습 습관 등에 대한 평가와 진단과정을 거친 후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월보 2003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 자료를 개인적인 학습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시려면 사전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e-mail: childpsy@drchoi.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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